쓸개 없는 인생

김채리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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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 없는 인생

 

김 채리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한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일주일 정도 입원해 있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건방진 생각에 불과했다. 우연히 발견된 담석은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내 몸속에서 꽤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었고 언제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점차 공포감을 가중했다.

 

어렵게 수술 날짜를 잡은 곳은 고향에 있는 종합병원이었다. 제주에 터를 잡고 지낸 지는 4년 정도 되었지만, 나의 투병 생활을 도와줄 보호자가 마땅히 없었기에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마음 편히 수술받기로 했다. 나름 인생 첫 입원과 수술에 대한 이상한 기대감을 품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꽤 건강한 편이라고 자부했던 터라 막상 병원 침대에 누워 환자복을 입고 있는 자신이 몹시 낯설었다. 어르신들이 많은 병동 안에서 마땅히 말을 붙일 상대가 없다는 것이 조금 쓸쓸했다. 수술 당일 간호사 여럿이 붙어 바퀴가 달린 침대에 누운 나를 끌고 가는 일은 무섭기도 했다. 머리 스타일을 짐작할 수 없도록 버섯 같은 파란 모자를 쓴 마취과 의사가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나를 깊은 잠에 빠뜨렸다. 인터넷에서 마취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자주 접하긴 했지만, 막상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유쾌한 기분만 드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의 일부였던 것이 순식간에 빠져 나가다니. 수술은 끝났지만 왜인지 모를 두려움과 불쾌감이 남아있었다.

 

나는 입원한 김에 쓸개와 자궁 두 건의 수술을 해치웠다. 일주일 간의 입원이 끝난 후에는 개운함과 허전함이 동시에 물밀듯이 밀려와 나를 울게 했다.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야말로 주룩주룩. 대학에 떨어졌을 때도, 좋아하는 사람이 고백을 거절했을 때도 건조했던 눈가가 순식간에 범람해 버렸다. 울먹이는 내 목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달려온 어머니가 말없이 눈물을 닦아주셨다. 혈압을 재러 온 간호 실습생에게 서러움을 들키고 말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제 쓸개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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