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미리보기
3p / 서문
우울증이 걸리고 난 이후 블로그에 적은 2020년의 글 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부끄러운 내용들이 많지만 병을 극복해 나가려는 저의 의지와 우울과의 싸움을 보며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은 용기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인이 있는 분께는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세상에 글을 내어 놓으려 합니다.
부디 저의 부족한 글이 당신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p / be Brighten, 2020. 3. 31. 2:52
나는 아마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시작되면서 여러 증상들이 다시 나에게 찾아옴을 느꼈다.
이전에는 내가 좋아했던 노랫말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를 다독이기 위해 애썼다만,
그것이 극약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밀려 나온다.
나는 다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되돌아보며 애쓰려한다.
몇 가지 추천받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또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해왔던 낡은 노트북을 고쳤다.
이렇게 무엇이든 해보려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서
아직까지 나는 살고 싶은 것이다.
훗날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는 부끄러운 기분만이 남았으면 좋겠다.
18p / DEATH 2020. 5. 5. 23:14
나는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
죽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피곤이 쏟아져서 잠에 들기를 누워 기다리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떠 보면 고작 몇 십 초의
시간이 흘러가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람들은 시간을 흘려보내려고
수많은 책과 노래, 그림과 음식, 보잘것없는 물건들과
탈 것들을 만들었구나.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나는 무엇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또 어떻게 흘려보낼 것인가.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다시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떠보면
고작 몇십 초의 시간이 흘러 있다.
76p / Rain 2020. 10. 1. 22:44
비에 젖는 건 순식간이었지만,
마르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