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게시판]김채리 출판사 창업일기 - 006 -

김채리
2023-12-26
조회수 49

창업 과정의 힘든 순간은 어떻게 견뎌야 하나요?


눈 오는 제주에서 채리입니다.

지난주부터 제주에 눈이 잔뜩 오고 있습니다. 저는 경상남도에서 나고 자라서 쌓인 눈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눈사람 만들기, 눈썰매 타기처럼 눈이 한가득 쌓일 때만 할 수 있는 놀이는 태어나 두 번밖에 해보지 못했죠. 그런데 따뜻한 남쪽 나라인 줄로만 알았던 제주에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보게 되다니요. 눈발에 거센 날에는 창가로 떨어지는 눈의 마찰음이 들릴 정도입니다. 겨울이었다... 겨울이네요.          


오늘의 창업일기는 ‘명함소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메일을 통해 받은 한 편의 글 선물로 시작합니다.        






제주 STARTUP MIX 플리마켓 행사장에서 우체통에 행인 분들의 명함을 받았습니다. 플리마켓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자리가 아닌, ‘김채리’라는 작가의 글을 더 많이 알리고 사람들에게 색다른 체험의 현장으로 보여주자는 의도였습니다. ‘명함을 넣어주시면, 당신의 이름이 들어간 짧은 소설을 이메일로 보내주겠다’라는 당찬 문구를 보고 꽤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가져주셨습니다. 40여 명의 명함을 하나씩 훑어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어떻게 하지’였습니다. 소설 46편을 써야 한다니! 물론 한 편의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많아진 업무량(?)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12월의 첫 번째 날 드디어 명함 소설의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 이메일로 ‘채리’와 명함 속 이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배달했습니다. 메일을 보내기 위해 글을 쓰고, 퇴고하고, 명함 사이즈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처음 명함 소설을 썼던 주에는 거의 10시간 넘게 작업에 매진해있었던 것 같아요. 메일 주소를 컴퓨터로 옮기고, 적절한 인사말을 고민하고, 이름에 맞는 디자인 파일을 첨부하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제가 빠릿빠릿한 편이 아니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 대한 결과가 꼭 보상으로 돌아오지는 않더군요. 처음에는 오히려 씁쓸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수신함에 메일이 가득 차 발송이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메일 주소를 수신 거부하거나 스팸 메일로 처리해버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무사히 발송되었나 확인하려 메일함에 들어갔다가 발송 거부에 대한 알람이 오면 아쉬운 마음에 종일 사로잡혔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소설에 관심이 없으셨을 수도 있고, 매일 아침마다 메일함을 차지하고 있는 낯선 출판사의 편지가 달갑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숨길 수 없네요. 잠시 삐져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계속 이 프로젝트에 임했던 것은, 아직 메일을 받아보고 계시는 40여 명의 분들이 있고, 또 어쩌면 매일 아침 9시를 기다리고 있을 분들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소설에 쓸만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에 따로 기록해두는 작은 습관이 생겼습니다. 다음 주에 어떤 내용을 보내드릴까 설레어하면서요. 짧더라도 리뷰를 받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저의 글을 보고 있을까 그리고 명함으로는 알 수 없는 독자분들의 삶도 궁금해졌습니다.   


 

첫 번째 주에는 명함 소설만,

두 번째 주에는 명함 소설과 리뷰를 입력할 수 있는 설문 폼을,

세 번째 주에는 명함 소설, 설문 폼, 그리고 짧은 편지와 질문을 함께 담아 보냈습니다.

    

두 번째 주에는 인스타그램에 받은 명함 소설을 인증해주시는 분이 계셨고,

세 번째 주에는 편지에 답장을 해주는 분이 생겼습니다.     



시간을 내어 답장을 보내주는 정성과 마음이 고마워 한껏 행복한 기분에 잠겼습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제품의 쓸모를 인정받을 때만큼 창업가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까요? 이 작은 프로젝트에도 창업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네요.



창업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순간이 생긴다면! 당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꼭 기억해 주세요.     


오늘의 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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